동물권단체 케어의 안락사 논란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 '능력과 태세'

 동물권단체, 사단법인, 사설보호소를 도울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 기대

최근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동물 약 200여 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고, 박대표의 안락사 논란은 내부 고발로부터 시작되었다. 케어는 유기견 '토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하고, 학대받는 개와 유기견을 활발히 구조하는 등 대중의 지지를 받아 온 동물보호단체였기에,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홍보해왔던 케어의 이번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은 안겨줬다. 



케어의 이번 안락사 논란을 보며, 기자의 머릿속엔 '능력과 태세'라는 말이 떠오른다. 능력과 태세라는 말은 기자가 군에 복무하던 시절 들었던 말이다. 'Fight Tonight'의 각오로, 오늘 저녁에 전쟁이 나더라도 싸워 이기기 위해, 능력과 태세가 군인들에게 요구되었다. 


능력은, 어떤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제반 요소가 갖춰졌을 때 가능하다. 중학생에게 대입 수능을 보라고 한다면, 그 중학생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중학생에게는 대입 수능을 볼 수 있는 (학업)능력이 없는 것이다. 


태세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준비상태를 말한다. 가령, 앞의 예와 반대로, 대학생이 중학교 시험을 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 대학생은 중학교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학생이 시험을 보기 전날 지나친 과음을 해서 몸도 못가눌 정도가 되어, 시험장에 갈 수 없다면 그 대학생은 능력은 있지만, 태세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다. 


'Fight Tonight', 오늘 전쟁에서 승리기 위해서는 능력과 태세를 모두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이 둘 중 하나만 갖추고 있어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고, 이 둘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면, 백전백패(百戰百敗) 할 것이 분명하다. 



케어의 박대표는 안락사에 대해 “불가피하게 소수의 동물을 안락사시켰다”며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동의를 받아 동물병원에서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케어 직원들은 이런 해명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케어를 바라보는 한편에서는 박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안락사가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말하며. '구조가 필요한 동물이 너무 많은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케어 박소연 대표의 안락사 논란을 보며, 3가지 입장(케어, 동물구조관리협회, 사설보호소)에서 이번 논란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자는 어제, 우연한 기회에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이하 '동구협')'의 김철훈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케어에 대해서나,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대해 평소 잘 알지 못했다. 케어는 문재인 대통령이 토리를 입양할 때 처음 소식을 접했고, 동구협에 대해서는 어제 처음 알게 되었다. 



동구협은 이번 안락사 논란에 있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내부 고발자에 대해 언급할 때('내부 고발자는 예전 살처분을 했던 동구협의 직원이었다') 거론된 곳이다. 서울 유기동물 입양센터를 취재하려고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동구협의 김철훈 회장을 만난 것이다. 김회장을 통해 동구협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다음은 김회장으로부터 들은 동구협 소개를 정리한 것이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홍보해왔던 케어와는 달리 동구협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하는 사단법인이다. 동구협의 기본준칙은 '인간의 보호를 받을 권리', '인간의 어깨에 기댈 권리', '고통 없는 삶을 누릴 권리', '자유로울 권리'이다.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동구협은 이 기본준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동구협은 동물보호소에 들어온 유기견들의 권리를 잊지 않고 있다. 인간의 보호를 받을 권리, 어깨에 기댈 권리, 고통 없는 삶을 누릴 권리, 자유로울 권리를...


이중 '고통 없는 삶을 누릴 권리'에 대해 김회장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법정 공고기간을 초과해 최소 1달 이상이 지난 후에 안락사를 시행한다는 것, 상주하고 있는 수의사에 의해 안락사를 한다는 것, 사체는 법규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로 처리한다는 것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동구협이 추구하는 가치는 홈페이지에 있는 운영준칙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01. 당일 출동 구조를 원칙으로 신속한 민원처리 

02. 모든 동물에 평등하고 인도적인 배려
03. 공통회피 중심의 선진형 의료서비스

04. 최고의 체류환경과 최상의 급식
05. 가이드라인에 의한 동물 사랑 실천
06. 공개행정 및 미래 지향적 시설 투자

동구협은 유기견들에게 최고의 체류환경을 제공하고 있고, 모든 행정은 공개하고 있다. 동구협에 대한 설명과 함께 김회장은 "케어의 박대표가 얘기한 것은 옳지 않습니다. 동구협은 결코 살처분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한다.


케어 박소연 대표의 안란사 논란을 보며, 처음에는 반려인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느꼈고, 이후 SNS를 통해 박대표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의견을 제시하는 많은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박대표가 한 거짓말에 대해 화를 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박대표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을 한다. 


두 가지 견해에 대해,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글 처음에서 던진 '능력과 태세'에 비추어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케어에 대한 것이다. 케어는 유기견을 구조하려는 태세가 그 어는 단체보다 잘 되어있던 단체라 할 것이다. 케어의 박대표 뿐 아니라 케어의 직원 모두가 유기견 구조에 대한 열정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케어는 그 능력을 갖추지 못했었다. 유기견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여건을 갖추지 못했는데, 이를 초과하여 유기견을 구조한 것이다. 태세는 갖췄으나,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케어가 '유기견을 관리하고 수용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솔직한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케어는 그 점에 있어 솔직하지 못했다. 그 점이 케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눈을 돌려, 동구협을 살펴본다. 동구협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한다. 유기견이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최고의 관리를 한다. 그리고 유기견이 고통없이 생을 마칠 수 있도록 한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안락사'를 동구협은 시행하고 있다. 안락사를 환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동구협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구협은 지자체 26곳의 유기동물을 위탁받아 보호하고 있고, 동구협의 보호소에는 수많은 유기견들이 있다. 그리고, 동구협은 안락사를 시행한다. 현재로선 이 길만이 유기동물 보호라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동구협이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게된다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동구협은 유기동물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된다. 아무리 태세를 갖추었더라도, 능력이 없다면 이는 허세라 할 것이다. 


유기동물 보호에 관해 '사설 보호소'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기자는 평소 동물권리를 위해 어디 나서서 활동한 적은 없다.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을 3번 정도 했고, 이웃 주민이 길에서 만난 유기견을 맡겨 하루 정도 임보해 준 정도가 전부이다. 그렇기에 동물권단체 케어의 유기동물 구조활동, 동구협의 안락사 등에 대해, 잘한 점은 말할 수 있어도, 잘잘못을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간 살펴본 동물보호소 중 지자체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은 그나마 환경이 괜찮았다. 하지만 사설로 운영되는 곳은 재정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설보호소의 경우, 주로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치료비, 사료비 등이 부족해 발을 동동구르는 보호소 담당자의 모습을 카페나 밴드를 통해 종종 접하는데, 그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안타깝다. 사설보호소 담당자들은 보호소 능력을 초과하여 유기견을 수용하고 있기에 힘든 현실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케어와 마찬기지로 사설보호소 역시 태세는 갖추었으나,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케어 박소연 대표의 안락사 논란을 케어, 동구협, 사설보호소의 입장에서 살펴봤다. 케어와 사설보호소는 태세는 갖추었지만 능력이 부족하고, 동구협은 능력과 태세를 갖추었지만, 안타깝게 '안락사'에 대해 긍정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권단체, 사단법인, 그리고 사설보호소가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모두에게 긍정의 반응을 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능력이 부족해 힘들어하는 꼬마에게 건강한 청년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그 건강한 청년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케어 박소연 대표의 안락사 논란을 보며, 안타까워 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 건강한 청년의 역할을 국가가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기견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를 구조하는 단체들의 능력은 한계에 다다랐고, 안락사를 막고자 하는 안타까운 마음의 사설보호소 담당자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이 부족하다보니 제대로 된 관리 역시 안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하는 단체는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모두가 안고 있는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유기견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반려동물 관련 정부 부처에서 양육실태 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반려동물의 현주소를 알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을 응원한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이 진일보하여, 유기동물 보호에 있어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안락사가 없는 독일 등 해외 반려동물 선진국의 사례도 벤치마킹 하고, 유기동물 구조만을 강조했던 동물권단체들의 목소리 뿐 아니라, 사설보호소의 의견도 수렴하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법인들의 입장도 귀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농림축산부에서 케어의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 사설보호소를 집중 진단한다고 한다. 정부가 발표한 양육실태 보고서, 사설보호소 진단, 그리고 해외 벤치마킹 등을 통해, 정부 주도하 각 단체들이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능력과 태세'를 갖추도록 적극 지도하고 지원하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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