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돈을 욕망합니다] 2회

 고양이 키울 때 드는 한 달 평균 비용은 얼마?

 

2~3년 동안 고양이를 키울지 말지를 두고 고민을 했다. 고민의 이유는 아주 명확했다. 바로 고양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 때문이었다. 나는 지인이 키우던 개가 16살에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 1~2년 동안 병원비로만 1천만 원 이상 지출하는 걸 직접 목격했다. 지인은 그 돈을 하나도 아까워하지 않았지만 나는 아깝게 느껴졌다. ‘만약 고양이를 키우다가 고양이에게 드는 비용이 아깝게 느껴지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2~3년이나 이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고민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내가 고민하던 2~3년 동안 누군가는 고양이 집사로 행복한 시간을 꽉 채웠을 텐데, 나는 있지도 않은 고양이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시간만 흘려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겠다는 결심을 하자마자 유기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말하는 동물보호단체의 캠페인은 실로 효과가 있었다. 고양이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마음이 가는 아이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몇 번의 집사 심사 탈락을 거치며 나는 지난 2019 3월 드디어 2~3살 추정의 고양이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고양이를 입양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가계부작성이었다. , 다행히도 이름은 지어준 후였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3개월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꼬박꼬박 가계부를 쓰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까지 지출한 비용은 총 408,831. 인터넷 할인을 알뜰하게 받느라 돈의 끝자리가 지저분하다. 어쨌든 한 달 평균 1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써왔다.

 

가계부의 항목에는 책임 입양비를 시작으로 생활에 꼭 필요한 화장실, 사료, 스크래처 등만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상당히 많다. 이를 테면 고양이가 사달라고 하지도 않은(그저 나의 호기심 때문에 사게 된) 장난감들, 꼭 먹지 않아도 되는(내 것만 사기 미안해서 사게 되는) 열빙어 같은 간식들, 순전히 디자인 때문에 반한(절대 기능적으로 뛰어난 건 아닌) 밥그릇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이럴까 봐 고민했던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데 드는 순수한 비용만 쓸 자신이 없었다. 왜 이렇게 새롭고 신기하고 예쁘고 좋아 보이는 것들이 많은 것인가!!! 고양이 인터넷 카페에만 가도 그와 관련된 사용 후기들이 넘쳐난다. , 나는 고양이에게 좋은 집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것들을 전부 사주고 싶다가도, 이제까지 쓴 고양이 가계부를 펼쳐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 과정을 상당히 자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윤균상 씨가 쓰는 고양이 이발기요. 그거 좋나요?”

가격대가 조금 있긴 한데, 좋긴 좋아요. 저도 잘 쓰고 있어요.”


인터넷에선 이런 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쩐지 나도 사야 할 것 같다. 가격 때문에 포기하면 고양이 얼굴 보기가 살짝 미안해진다. , 돈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기분이다. 그런데 몇 번 고양이 장난감에 실패하고 나자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욕망이 고양이 가계부를 축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내 고양이는 신상 장난감들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내가 던져주는 병뚜껑에만 반응을 한다. 패트병, 소주병, 식용유 마개 등 병뚜껑 친구들이라면 대부분 좋아한다. 유행하는 간식(특히 열빙어)에도 시큰둥하다. 내가 가계부를 쓰고 있단 걸 눈치챈 것일까? 어쨌든 고양이의 취향을 파악하려는 노력부터 하지 않고, 내 눈에 예쁘고 좋아 보이는 것들을 두고 고민했던 지난 시간들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고양이 털 때문에 구입한 다이슨 청소기와 공기청정기도 어쩌면 일부 고양이 핑계를 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딱 하나 고양이 때문에 샀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마룻바닥 스크래치를 방지하기 위한 카페트 10장이다.


저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도 않고, 좁은 원룸에서 살고 있는 집사입니다

저희 고양이는 저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까요? 제가 좋은 집사가 아닌 것 같아요.


좋은 걸 마음껏 해주지 못하는 집사의 고민이 인터넷 카페에 올라왔다. 그러자 현명한 집사들의 조언이 줄을 이었다. 행복한 고양이를 만드는 건 집사의 마음이지 물질적 공세가 아니라고. 나 역시 고양이 가계부 다이어트를 파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이 장난감이나 간식을 사기 위해 핸드폰을 볼 시간까지 나의 고양이와 함께할 것이기에. 다만 큰돈 드는 병원비에 대비해 적금을 하나 들었다. 병원비를 아까워하지 않는 집사가 되기 위해서!


[뮤즈: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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