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모임] '오늘'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소재는 오늘

<출처: unsplash.com>





[뮤즈: 유피린 작가]


<일기>
 
화장실에서 나온 연성은 자신의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일기장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공책이 아닌 가죽 케이스로 되어있는 비싸 보이는 일기장이다.
“누구 꺼지?”
일기장을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손님이라고는 연성 자신밖에 안 보이는 카페.
자리를 맡아두고 다른 곳으로 간 것인가 싶지만, 이미 이 자리에는 자신의 노트북이 올려져 있다. 그동안 밀린 일을 처리하려고 아침부터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기에 누군가 혼동할 이유도 없었다.
“주인이 알아서 찾아가겠지.”
주인을 찾아주거나 카운터에 가서 말하려다가 귀찮아진 연성은 일기장을 한쪽으로 밀어놓고서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집중도 잠시. 자신도 모르게 일기장에 시선이 간다.
“끄응. 이런 짓 하면 안 되는데.”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기장이라는 사실에 연성은 조심스럽게 일기장을 펼쳤다.
 
[20XX년 X월 X일
오늘 이 이상한 일기장을 발견했다. 누구의 것인지 찾아보려다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아서 괜히 써보았다.]
 
“처음 쓴 사람도 주은 것을 쓴 거냐?”
주인을 찾아줄 수 있을까 싶어서 찾은 일기장의 첫 일기가 주은 것이라는 말에 연성은 피식 웃으면서 다음 장을 넘겼다.
 
[20XX년 X월 X일
오늘 저도 이거 주었어요.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밥도 못 먹고 커피 마시고 출근한 기억밖에 없네요. 써보니까 제 하루는 너무 심심해요. 아, 이거 우편함에 꽂혀있었어요.]
 
한 페이지 만에 일기의 주인이 바뀌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이라면 자신이 어디에서 발견했는지 적었다는 것이다.
 
[20XX년 X월 X일
오늘 택배가 왔다. 열어보니 이 일기장이었다. 나는 이런 것 시킨 적이 없는데? 거기에 누가 쓰던 중고다. 그런데 운송장 번호 조회해보니 중고 거래한 휴대폰이다. XX! 사기당했네.]
 
“벽돌이 아니라 일기장을 보냈다고?”
거기에 이미 쓴 일기장인데, 이렇게 범인 특정하기 쉬운 사기를 쳤다는 것에 코웃음이 나온다.
과연 사기를 당한 사람은 이 일기장을 어떻게 처분했을지 궁금해서 다음 페이지를 펼쳤는데, 역시 주인이 바뀐 채로 일기가 시작되었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모든 일기의 시작이 ‘오늘’로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20XX년 X월 X일
오늘 제 책상에 이 일기가 놓여 있었어요. 이거 사무실 교환 일기인가요? 다들 익명이시니까 저도 익명으로 적을게요.
추신. 볼펜꽂이가 비어있어서 볼펜 하나 넣었어요. 필요하신 분은 쓰시고 다시 넣어주세요.]
 
일기를 쭉 읽던 연성은 가죽 케이스를 살피자, 확실히 볼펜 꽂이가 있었다. 하지만 볼펜이 아니라 만년필이 꽂혀있다. 그것도 제법 비싼 것으로.
이상해서 다른 일기를 찾아보자, 누군가가 볼펜을 쓰다가 망가트렸다면서 미안하다며 만년필을 꽂아 놨다.
 
[20XX년 X월 X일
오늘 나도 이 일기를 발견했다. 발견한 자리를 독서실 내 자리이다. 다른 자리의 여학생이 보낸 것인 줄 알고 두근거렸는데 아쉽다. 이걸 발견하는 분은 제가 고시 합격하도록 기도해주세요.]
 
무심코 짤막하게 합격했기를 바라며 연성은 다음 장을 넘겼다.
 
[20XX년 X월 X일
오늘 학원에서 일기를 찾았어요. 제 가방 안에 있더라고요. 그리고 앞에 고시 공부하시는 분. 관심 가시는 분이 있으면 일단 관심을 먼저 표현하셔야 해요!]
 
뭐하는 학생일까 싶을 정도로 자신의 하루보다는 이 일기를 읽은 감상이 잔뜩 적혀있다. 특히 고시공부를 한다는 사람에게 연애 조언이 한도 끝도 없이 적혀있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자, 역시 일기장을 발견한 사람의 일기가 적혀있다. 단지 자신의 하루를 담아내는 것을 넘어서 앞의 일기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적은 사람도 있었다.
쭈욱 일기를 읽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비어있는 장에 도착하자, 연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나도 하나 적어야 할 것 같네.”
만년필을 꺼내며 중얼거린 연성은 남들과 똑같이 날짜를 적는 것으로 일기를 시작했다.
 
[20XX년 X월 X일
오늘 카페에서 이 일기를 발견했다.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읽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오늘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그동안 미룬 일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 했을 뿐이다. 아, 마감 시간이 다가온다. 서둘러 일해야지. 이 일기를 발견하신 분 중에 심심하면 언제라도 010-XXXX-XXXX로 연락 주세요. 대화 상대는 해드릴 수 있어요.]
 
왜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된 연성이지만, 왠지 이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일기장을 덮고 일기를 읽느라 미루어두었던 일에 집중했다. 오늘 일을 마무리 지으면 일기장을 사서 자신만의 일기를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든 연성이었다.




[뮤즈: 심규락 작가]





[뮤즈: 김다빈 작가]


<오늘>


눈앞의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오늘 하루아침에서 나올 때만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곳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모두 이 곳을 통해 30년 동안 빠지지 않고 다녔던 길이었다.
그런 그 길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재개발? 포장공사? 그런 이유라면 며칠 전부터 뭐라도 설치해놓고 통제라도 했었을 것이다.

도로가 사라져 버렸다.
아스팔트가 가루가 되어 흩뿌려졌으며, 땅이 꺼져 발 한 번 헛디디면 다시는 못 나올 것 같은 천 길 낭떠러지처럼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으~따! 이게 뭔 일이래?”
“이거 그거 아닌가? 그 싱크홀인가 뭔가...”
나 외에도 이 길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와 백주대낮에 땅이 꺼져서 도로가 사라진 이 황당한 상황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아니, 이거 부실 공사 아니야? 도로포장 새로 한 지 한 달이 안 된 곳이 왜....”
그중 한 명이 투덜거리면서 땅속 깊이 꺼진 곳으로 들어가 갱도 몇 M는 될지 모를 구멍을 내려다본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땅 속에서부터 뿜어져 내려온 빛과 비명소리와 같이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 그것이 시작이었다.




[뮤즈: 정진우 작가]


<오늘과 나> 

나의 오늘은 너의 내일이었다
나는 너로부터 시작되었다
태양의 주홍빛 아래
상사화 너는 상사화다
꽃이 잎과 떨어지기 시작한 날부터




[뮤즈: 허상범 작가]


<우리의 오늘>

아침은 ?
점심은 !
저녁은 .
고요는 찾아오고
그렇게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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