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의 시선, 인간의 책임: 영화 '고양이 케디'와 '묘씨생', '고양이 살리기'로 본 반려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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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인문학이 제시하는 '동반'에 대한 질문 |
건국대학교에서 진행된 '동물과 행복하게' 반려인문학 강연은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공존을 위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 강연의 마지막 소주제인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에 대해 고경선 강사님의 깊이 있는 설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영화 '고양이 케디'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을 살펴보고, '묘씨생', '고양이 살리기', 그리고 노벨문학상 수상작 '추락'을 통해 동물의 죽음과 인간의 윤리적 태도를 탐색하며 진정한 '동반'의 의미를 성찰해봅니다.
'케디(Kedi)'는 터키어로 '고양이'라는 뜻입니다. 영화 <고양이 케디>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인간과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담아내, 우리의 수도 서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특별한 공존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통해 고경선 강사님은 동물에 대한 사랑이 곧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연결되며, 약하고 소외된 생명에 대한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길거리 동물들이 겪는 문제는 사람들의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 그리고 선지자 무함마드와 그의 고양이 무에자의 일화에서 보듯, "내세에 물 한 잔이 없어 괴로워하기 싫다면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존중과 태도를 일깨웁니다.
고경선 강사님은 황정은 작가의 단편소설 <묘씨생>과 박덕규 작가의 단편소설 <고양이 살리기>를 통해 고양이의 죽음과 공존의 의미를 탐색했습니다.
황정은 작가 <묘씨생>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는 고양이의 시선 <묘씨생>은 '몸'이라는 길고양이와 '곡씨노인'이라는 소외된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살묘/혐오 모티프가 기저에 깔린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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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은 소설집 '파씨의 입문' |
고경선 강사님은 '캣맘과 캣대디를 향한 삐뚤어진 시선 또한 인간중심적인 불쾌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고 질문합니다.
소설은 '사람들의 발 높이에 놓인 접시에서 음식을 건져 먹고 사는 노인을 불가사의하고 불쾌한 존재로 여기는 상인들의 시선'을 묘사하며, 길고양이와 소외된 인간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폭로합니다.
특히 소설 속에서 다섯 번의 생을 산 고양이 '몸'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훌륭한 천적이었다. [...] 적어도 세 차례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인간에게 있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고양이에게 천적이 없다는 불평이란 자신들의 기질과 적의를 과소평가하는 우스운 이야기일 뿐이다."
이 구절은 길고양이의 팍팍한 삶과 인간의 잔인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우리에게 깊은 성찰과 미안함을 안겨줍니다.
박덕규 작가 <고양이 살리기>
양심의 문제와 공존 모색 박덕규 작가의 <고양이 살리기>는 길고양이를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그 생명을 구하는 행위를 통해 인간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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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살리기 |
소설 속 주인공은 아침 햇살 아래서 눈빛과 마주친 길고양이의 애처로운 모습에 외면하려 하지만, 결국 '고양이와의 공존'이라는 양심의 문제와 직면하게 됩니다.
"한쪽 눈에서 이마 쪽으로 흐르는 흰 털빛이 마치 제대로 먹지 못해 핏기가 빠져 있는 어린아이의 낯색 같았다. [...] 고개를 쳐들기 위해 용쓰는 고양이의 애절한 눈빛과 만나고 말았다."
"나는 잠깐,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투명한 눈동자 속으로 끌려갈 듯 몸이 휘청했다는 걸 나중중이야 알았다."
고경선 강사님은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 그것을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용기 없는 행동'이라고 말하며 생명에 대한 책임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J.M. 쿳시(J. M. Coetzee)의 소설 <추락>은 '죽음에 대한 예우와 윤리성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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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중심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주의(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배경으로 부유한 삶을 살던 백인 남성 주인공의 몰락과 그 과정에서 변화하는 동물을 향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초반의 주인공은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동물을 "가구의 일부이자 경보 시스템의 일부", "영혼이 없는 존재"로 여겼습니다.
"동물에 관해서 얘기하자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친절하게 대하자. 하지만 균형을 잃지는 말자. 우리는 동물과는 다른 차원의 피조물이다. [...] 그들은 가구의 일부이며, 경보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하니까요. [...] 교회의 목사들은 [...] 결국 그들에게는 바른 영혼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단다."
그러나 경제적 몰락 후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일을 자원하게 되면서 주인공의 인식은 크게 변화합니다.
그는 동물의 사체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연민을 느끼며, 죽은 개들을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그는 자신이 "개 장의사, 개 혼례사, 하리잔(인도의 최하위 신분)"이 되어 가장 낮은 곳에서 동물을 돌보게 됩니다.
이처럼 <추락>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동물의 죽음을 목격하고 연민을 느끼며, 타인에 대한 공감과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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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 진행모습 |
건국대학교에서 진행된 반려인문학 강연은 '반려동물의 의미', '펫로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이라는 세 가지 소주제를 통해 '동물과의 진정한 동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영화와 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려운 주제들을 참석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운 고경선 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강연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반려동물과의 동행과 공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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