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기차역 의자와 댕댕이의 총총걸음

일요일 오전,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춘천 강촌의 초입에 자리한 ‘경강역’ 반려견 놀이터는 이미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반려견과 함께 추억을 쌓으러 온 보호자들로 활기가 넘칩니다. 

이제는 기차가 멈춰 선 폐역이지만, 댕댕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가장 핫한 ‘반려견 명소’로 완벽하게 재탄생한 경강역의 고즈넉한 풍경을 담아왔습니다. (2021년 11월 방문)



"기억하시나요? 영화 ‘편지’의 그곳"…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간이역의 향수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역사로 걸어가면 붉게 물든 단풍나무와 빨간 안내 간판이 돋보이는 ‘경강카페’가 먼저 손님을 반깁니다.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는 이들을 지나 역사 뒤편으로 돌아가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경강휴게실’ 문이 나타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가운데 놓인 따뜻한 난로,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이들의 낙서와 포스트잇, 그리고 한쪽 벽면을 장식한 빛바랜 액자들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바로 1997년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배우 고(故) 최진실, 박신양 주연의 영화 ‘편지’ 촬영 당시의 모습들입니다.

휴게실을 나와 금방이라도 기차가 들어올 것만 같은 플랫폼으로 향하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나이 든 빛바랜 의자가 옛 경춘선 기찻길과 어우러져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합니다. 

플랫폼을 둘러보고 나면 마치 어릴 적 역장님에게 종이 기차표를 건네고 개찰구를 통과해 대합실로 나가던 아련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세계 최초, 댕댕이와 함께 레일을 달린다"… 특수 제작 ‘펫바이크’

정오가 가까워지면 경강역의 하이라이트인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 대합실이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이곳 경강역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세계 최초로 반려견 전용 탑승석이 설치된 ‘펫바이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인승 레일바이크 한쪽에 반려견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앉아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전용 좌석이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어, 온 가족과 댕댕이가 함께 나란히 앉아 철길을 달리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됩니다.

경강역을 출발해 아름다운 느티나무 터널을 지나고, 가슴이 탁 트이는 북한강 철교를 건너 반환점인 자라목 쉼터까지 다녀오는 왕복 8km 코스는 반려견에게는 짜릿한 노즈워크를, 보호자에게는 잊지 못할 힐링을 선사합니다. 

첫 출발 시간은 오전 9시이며, 동절기(11월~2월)에는 하루 5회, 그 외 계절에는 하루 6회 운행되니 방문 전 시간 확인은 필수입니다.


"눈치 보지 말고 뛰어놀자"… 무료로 즐기는 전용 반려견 놀이터

펫바이크를 즐기기 전후로 반려견들이 지루할 틈이 없는 이유, 바로 역사 바로 옆에 널찍하게 조성된 ‘반려견 놀이터’ 덕분입니다. 

기차를 기다리듯 혹은 자전거를 타고 난 뒤 댕댕이들이 흙과 잔디를 밟으며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입니다.

안전 펜스가 꼼꼼하게 쳐져 있어 목줄을 풀고 마음껏 냄새를 맡으며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는 강아지들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 묻어납니다. 수려한 춘천의 산세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찍기만 해도 인생샷이 탄생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반려 문화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곳. 옛 경춘선의 낭만적인 폐역 디자인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반려가족을 위한 최고의 하드웨어(펫바이크·놀이터)를 갖춘 춘천 경강역은,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강촌 여행길에 나선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필수 코스이자 따뜻한 쉼터였습니다.






















추억과 낭만이 멈춰 선 춘천 '경강역 펫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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