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법

반려동물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 그리고 나와는 전혀 다른 생태를 가진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 만났을 때 하루 사료 10알만 먹으며 이른바 ‘티컵 강아지’로 키워지던 생후 9개월 푸들 ‘쫑이’를 아내 동의 없이 집으로 데려왔을 때, 우리 부부 역시 격렬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길고양이를 입양하며 ‘제3차 세계대전’급 냉전을 치렀던 한 대학 동기 부부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대화가 단절된 침묵의 시간을 지나 ‘너냐 동물이냐’라는 극단적인 선택 대신,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어울려 살기’를 선택하는 순간 풀리지 않던 갈등은 순식간에 해결되었습니다. 

(2021년 11월 현재) 지금 우리 집은 두 멍이, 두 냥이와 함께 평화로운 반려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존의 지혜가 절실한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곳을 비추는 묵직한 휴먼 다큐멘터리 한 편이 극장가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바로 김희주·정주희 감독의 영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입니다.


"역설이 담긴 제목"… 휠체어를 탄 뇌병변 장애인 캣맘의 눈물겨운 여정

지난 11월 11일 개봉한 이 다큐멘터리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밤낮으로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맘 권나영 씨의 삶을 담담하게 추적합니다.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동기인 두 젊은 감독은 페이스북 그룹 ‘길고양이친구들’을 통해 권 씨의 사연을 접하고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영화 포스터

영화의 주인공 권나영 씨는 선천성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으며, 신장 질환으로 인해 일주일에 세 번씩 고통스러운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약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픔에 주저앉는 대신, 매일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싣고 거친 골목길을 누비며 길고양이들의 끼니를 챙깁니다. 나아가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해 수십 마리의 고양이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는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는 강렬한 반어법입니다. 쥐를 잡기 위해 인간이 필요로 할 땐 곁에 두었다가, 쓸모가 없어지자 차가운 거리로 내몬 책임이 인간에게 있음을 역설합니다. 

배고픔을 해결한 고양이는 쓰레기봉투를 훼손하지 않으며, 캣맘들은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TNR(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적극 동참해 개체 수를 조절하고 번식기 울음소리를 줄이는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침묵 속에서 분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들에게 던져지는 ‘밥 주지 말라’는 사회적 요구나 명령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언사인지를 나영 씨의 헌신적인 삶을 통해 역으로 증명해 냅니다.


관객 수보다 많은 평점?… 온라인을 달군 ‘별점 테러’와 잔인한 현실

그러나 영화가 마주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개봉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 영화를 향한 무차별적인 ‘별점 테러’와 근거 없는 혐오 댓글이 쏟아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 수가 745명에 불과한 시점에 평점 등록 건수가 1,147건을 기록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영화를 직접 보지도 않은 채, 오직 ‘길고양이’와 ‘캣맘’을 향한 선입견과 혐오만으로 평가를 내리는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이에 대해 공동 연출을 맡은 김희주·정주희 감독은 강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인간이 파괴한 생태계로 인해 이미 온전한 삶을 빼앗긴 동물들에게 ‘인간에게 피해를 주니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껏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 돌이켜보게 한다”며, 

“영화 평점을 향해 쏟아지는 동물과 약자에 대한 혐오를 마주하는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진짜 슬픈 다큐멘터리”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비겁한 혐오 대신 ‘허심탄회한 공존의 대화’를 시작할 때

과거 순천만 세계동물영화제에서 관람했던 김선옥 감독의 단편 영화 <아내의 고양이>처럼, 길고양이와 인간의 갈등을 다룬 시각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이번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시사적 가치는 매우 큽니다. 




'아내의 고양이' 김선옥 감독(사진 왼쪽)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마땅히 해야 할 생명 존중의 가치를 묵묵히 대신해 주고 있는 여린 마음의 캣맘들, 그리고 골목길의 약자인 길고양이는 모두 우리가 보듬어야 할 ‘언더독(Underdog)’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비겁하게 키보드 뒤에 숨어 평점을 깎아내리는 행위는 멈추어야 합니다. 대신 극장으로 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당당하고 허심탄회하게 길고양이와의 공존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해야 할 때입니다.

“보고 나서 평가하라(Watch and then evaluate).” 영화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가 던지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짓지 않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기대해 봅니다. 차가운 겨울 길목, 휠체어 위의 바퀴 자국이 만들어낸 따스한 생명의 온기가 우리 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사르르 녹여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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