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살처분' 과연 최선일까?

여의도 성천아카데미에서 진행된 박종무 수의사님의 반려인문학 강연 중 세 번째 시간은 '가축 전염병과 가축 살처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당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살처분 이슈가 현실감을 더했던 시기에, 박 수의사님의 강연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많은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스토리와 진심이 담긴 대화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주셨습니다.


💔 가축 살처분, 외면할 수 없는 아픈 현실

우리나라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에 따라, 가축 전염병 발생 시 해당 가축의 소유자에게 살처분 명령이 내려집니다. 

살처분은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등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가축의 생명을 박탈하고 소각, 매립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그 규모는 충격적입니다. 2010년 안동 구제역 발생 시 153마리의 양성 반응에도 불구하고 35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고,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 때는 418건의 양성 반응에 무려 3,8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가축 전염병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 살처분, 그 배경을 깊이 탐구하다

박종무 수의사님은 살처분 제도의 배경을 '직접적 배경'과 '심화 배경'으로 나누어 설명하며, 그 복잡한 층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직접적 배경

역사적, 바이러스 변이 위험성 과거 영국 농민들은 구제역을 치사율이 5% 이하인 질병으로 보았기에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고가의 소 보호와 유럽연합 가입 조건을 이유로 살처분 정책을 강행했다고 합니다. 

또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이가 쉽게 일어나 스페인 독감처럼 인간에게도 범유행성 전염병으로 확산될 위험성이 있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됩니다.


심화 배경

의학적, 정치경제적 요인 의학적으로는 질병의 원인을 단일 미생물로 환원하는 '환원주의적 질병관'이 살처분의 배경이 됩니다. 하지만 미생물과 유기체는 오랜 세월 공진화하며 공존해왔다는 관점을 간과합니다. 

정치경제적으로는 '하버-보슈' 공법을 통한 화학 비료 대량 생산이 시작점으로 작용합니다. 

화약을 만들던 군수 공장이 종전 후 비료 공장으로 전환되면서 농산물 과잉 생산을 유발했고, 이 저렴한 곡물이 가축 사료로 사용되면서 전 세계 농업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제3세계 농업의 자생력을 저해하고, 가축 사료 시장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 공장식 축산,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근본 원인

화학 비료로 과잉 생산된 옥수수와 대두는 새로운 시장으로 '가축 사료'를 찾아갔습니다. 전통적인 농업 방식에서는 가축이 목초지에서 농작물 부산물을 먹고, 그 배설물로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지으며 순환했습니다. 



공장식 축산, 면역력을 악화시키는 근본 원인

그러나 값싼 사료의 등장으로 이러한 순환 고리가 끊어지고, 가축들은 '효율성'을 명목으로 좁은 축사에 대규모로 밀집 사육되는 '공장식 축산'이 일반화되었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우선시하는 이 방식은 가축들의 면역력을 극도로 저하시켜 전염성 질환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박종무 수의사님은 바로 이러한 공장식 축산 환경이 가축 전염병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 생명 존중과 '공존'을 향한 대안 모색

박종무 수의사님은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으며, 내재적 가치를 지닌 존재로서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동물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조류인플루엔자나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폐사율이 높은 전염병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살처분 조치가 필요할 수 있으나, 구제역처럼 폐사율이 낮은 전염병에 대해서는 살처분 방식 대신 다른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강연 진행모습

박종무 수의사님의 강연은 단순히 살처분 제도의 문제점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 축산 시스템, 그리고 궁극적으로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는 진정한 '동물과 관계 맺기'이자 '마음 치유'의 과정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일깨워줍니다.

#가축전염병 #가축살처분 #박종무수의사 #공장식축산 #동물복지 #생명윤리 #반려인문학 #성천아카데미 #살처분문제 #동물과의공존